패키지 여행은 어떻게 될까?
패키지 여행의 지난 날
1988년 이 전까지는 우리나라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나라였습니다. 그리고 1997년 IMF 사태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버텨가며 생존했던 여행사들이 2010년대가 되어 그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여행사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패키지 여행 시장이 매년 20% 이상씩 성장을 했습니다.
한 번 갈 사람이 두 번 가고, 두번 가던 사람이 세 번을 가게 되니 여행시장은 파이 자체가 성장하는 시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성장이 앞으로도 계속 될까요? 재화와 시간이 한정적인 이 지구상에서 끝없는 성장을 하는 산업은 없습니다. 이제 여행은 성숙기에 접어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졌었습니다. 바로 코로나 전에 말이죠. 다들 아시다시피, 코로나는 모든 것을 리셋해버렸습니다.
Reset
만 3년이 흐르고 나서, 이제 해외여행 시장이 코로나 전 수준까지 회복을 했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양상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코로나는 사람들을 서로 갈라놓게 되었어요.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남들과 뭉쳐서 더 싼 여행을 가는게 가성비라 생각했던 이전과는 달리, 이제는 남들에게 맞춰 내가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손해보는 것으로 느끼게 되었고 패키지 여행은 그 손해가 더 크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패키지 여행은 앞으로 감소하면서 결국 사라지게 될까요?
없어지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아직도 세상에는 여행사에 모든 것을 위임하고 그에 맞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거든요. 하지만 자연스러운 시장의 감소는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패키지 여행에서 여행사의 수익 구조의 키는 ‘규모의 경제’에 있었습니다. 저마다 다른 여행의 수요를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협박을 해가며 사업성이 높은 상품으로 모으는 작업을 합니다. 이를 통해 여행사의 거래처인 항공사와 호텔, 관광지에 이 수요를 담보로 원가를 절감시켜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이죠.
그런데 앞으로 시장의 크기가 줄어들면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돈을 벌기는 어려워질 겁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무너졌고, 더 이상 고객들은 여행사의 설득과 협박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똑똑해 졌으니까요.
하나의 유령이 패키지를 배회하고 있다. ‘다이나믹 패키지’라는 유령이.
구글에서 찾아보니 ‘다이나믹 패키지’라는 용어는 2013년부터 유행을 한 것 같습니다. 다이나믹 패키지란 여행상품의 주요 요소를 고객의 선택으로 결합해 판매를 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그럼 이 방식으로 성공한 기업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일반적인 이커머스에서 구현했던 ‘장바구니’를 통한 통합결제를 여행상품에 가져온 건데, 이는 여행상품의 특성을 무시한 환상에 지나지 않았던 겁니다. 여행상품은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고 해서 잔여 재고를 홀딩하거나, 내가 장바구니에 담은 시점의 가격을 동결시킬 수 없죠.
어떤 패키지 여행이 살아남게 될까요?
저는 개인이 뚫기 어려운 것을 컨텐츠로 확보한 여행이 살아남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개인의 신분으로는 여전히 접하기 어려운 곳을 갈 수 있다면 그에 맞는 돈을 지불할 사람들이 있을거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하루에 딱 20명 내외만 방문이 가능하다는 일본 산토리 위스키 양조장을 투어할 수 있는 상품 같은거요.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회사 동료분들이 이런 상품으로 시장에 대한 실험을 시작합니다.
첫 글인데 광고였습니다.